저는 40 후반 줄의 배우입니다.
다른 직업하지 않고 평생 배우 일 해온 사람입니다.
여전히 무명인지라 독립, 상업, OTT 안가리고 섭외 오면 다하는데요.
여전히 오디션도 보고...
작년 부터는 상업 시장 상황 상 상업 쪽 은 고사하고 독립 장단편 해오고 있어요.
코로나 후 힘들죠, 상황 많이 힘들어졌어요. 배우들이나 스탭들이나.
유명인들 아니면 더 힘들어졌고, 유명인들도 소수 빼고는 안좋은 상황이랍니다.
올해 들어, 몇몇 대학 졸업 단편 작품도 하게 되었는데요.
그중 섭외나 미팅 과정 중 고사한 작품이 있습니다.
학생 후배님들이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거 같아서 조심스레 글 올립니다.
제가 고사한 작품은 이렇습니다.
1) 1회차, 18 ~ 24 시간 촬영 하겠다. 제작비 없으니 한 회차에 마치겠다.
2) 4, 5회 차 휴차 없이 찍겠다.
3) 출연료 8만원 드리겠다.
4) 오디션 지정한 날짜에 와라, 대본은 비밀이니 현장서 주겠다.
이러시면 안될거 같습니다. 이런 프로덕션은 저는 거절했습니다.
1) 씬의 특수성이나 상황이 아닌 이상 9-10 시간 넘는 촬영은 (대기 포함) 상업이나 독립 현장서도 요즘엔 거의 없습니다.
20년, 15년 전엔 있었습니다. 가끔 특이한 드라마 감독들이 요즘에도 18시간 넘게 촬영하기도 하지만
이럴 땐 출연료가 몇백 단위로 올라갑니다.
사람의 집중력엔 한계가 있고, 영화 진행 상, 야외 실내 로케 이동 등 피로도를 고려했을 때 10 시간 넘어가면
촬영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졸업 작품은 몇년을 기다리고 제작비 알바로 모아서 잘 찍고 싶으신거잖아요.
돈이 없어서 이렇게 한 회차를 20시간 이러면.... 오히려 들어간 제작비만 아까울 정도의 작품이 나올 것 같습니다.
제 경험상은 그렇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이런 촬영 안해본 게 아닙니다.
물론 10 시간 넘긴 촬영해서 수작을 남기는 분도 있을 수 있지만...
왜 이런 과정이 제작 피디 학생 선에서 통제가 안되고 계속 반복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열정과 의욕으로만 되지않아요. 냉정하게 시간 분배, 인력 분배 하셔야합니다.
본인이 어렵게 모은 제작비 소중하게 사용해서 잘 사용하시면 좋겠어요.
작년에 올해 특히나 좋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이렇게 작업해서 망친 경우를 너무 많이 봐서 안타깝습니다.
돈, 인력, 시간, 시나리오 모든 게 허비 되버립니다.
제작비 적다는 이유로 다른 요소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가하시면 안됩니다.
18~24 시간 넘는 촬영은 절대절대 하시면 안됩니다.
올해 특히 이런 작품 섭외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제가 고사하면서 이런 점 말씀드려도 한 분도고려하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2) 4, 5회차 휴차 없이 가겠다... 휴차의 의미를 생각해보세요.
단순히 쉬는 게 아니라 다음 회차 중요한 회차의 준비입니다.
3) 출연료 8만원... 음 시나리오가 좋으면 무료라도 출연합니다.
평소 관계가 좋은 후배들이 오면 내 돈을 들여서라도 우정 출연합니다만...
하지만 제 경험 상은 정말 좋은 시나리오에 준비를 잘하고 영화를 잘 만들고 싶은 분 일수록 15만원은 넘는
출연료를 말씀하시더군요. 학생 졸업 영화 출연해서 제가 생활비를 벌겠습니까? 부자가 되겠습니까?
그 돈은 그영화를 촬영할 때 거의 다 사용되는 소모비용 경비 정도입니다.
원하는 배우를 구할 때 그 적정 가치가 어느 정도 일지 자신의 예산 한도 내에서 적당한 출연료를 지불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4) 이런 모든 것을 봤을 때, 저는 시나리오를 보고, 프로덕션의 과정을 보고 저와 결이 맞는 작품에 참여하려합니다.
일단 저는 저의 충분한 출연 영상과 사진 여러 이미지, 심지어 요구하는 장면을 촬영을 해서 보내드리기도 합니다.
이 정도 보내드렸으면 이 배우가 어떤 이미지에 어떤 연기의 결을 가졌다라고 판단하실 줄 알아야합니다.
어떤 내용의 어떤 시나리오 어떤 프로덕션인지도 모르고 저의 하루 시간을 오디션을 위해 보내드리기가 참으로 아깝습니다.
다른 촬영이나 돈 벌이를 포기하고 오디션이나 미팅에 가야하니까요.
어떤 작품은 오디션 미팅 후 내가 참여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작품 참 좋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작품이 있고,
어떤 건 솔직히 제 시간만 버렸다는 작품들의 미팅도 있었습니다.
될 수 있으면 사전에 시나리오 먼저 보내시고 아니면 시놉이라도 알려주고, 참여할 생각있나 묻거나,
미팅이나 오디션을 제안하셔야겠습니다.
배우와 실제 미팅 전에 정보 제공이나 커뮤니케이션에 충실하셔야겠습니다.
위 네 항목은 제가 몇해 전까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으나, 작년 부터 특히 올해는 더 심하게 느끼는 문제인 것 같아서 여기에 올려봅니다. 독립 영화계도 매년 숨은 보석들이 나오고 또 누군가는 발굴이 되고 있죠. 그 꿈을 가지고 모두가 하루하루 어려운 현실을 견디면서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열정에 때문에 누군가 고통 받고 불편해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영화 인생 초창기 부터 기본기와 존중의 문화를 잘 다져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여기까지 이 긴글 읽으신 분,
즐겁고 행복하고 좋은 영화 만드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