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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스태프도 먹고 살자... 4대보험만이라도

2009년 04월 24일 10시 08분 29초 1734 1
영화스태프도 먹고 살자... 4대보험만이라도"
기사입력 2009-04-24 09:25
[오마이뉴스 김대홍 기자]
촬영스태프인 오씨는 영화입문 12년째다. 매년 여러 편 작업을 해온 그는 최근 1년간 일감이 없다. 말 그대로 실업 상태. 10여 년 동안 연출 데뷔 준비를 해온 송모씨는 조명기사 보조 역할을 할 계획이다. 지금처럼 영화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제작지원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인 것. 생계비도 마련하면서 현장에서 버티기 위해 이런 결심을 했다.


▲ 극장용 한국영화제작편수는 2008년 113편에서 올해 70편 수준으로 대폭 줄 전망이다. 사진은 한 영화 촬영 현장.
ⓒ 김대홍
극장용 한국영화제작편수는 2006년 110편을 거쳐 2007년 124편을 기록한 뒤, 2008년엔 113편으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올해는 70편 수준으로 대폭 줄 전망이다.

영화 한 편에 참여하는 제작인력 숫자는 대략 50-60명. 영화 제작편수가 40편 정도가 준다는 것은 영화실업자가 2000~2400명 정도가 는다는 뜻이다.

영화스태프는 단속노동자로 분류한다. 3-4개월 정도 일하고 나면 대기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후 작품이 들어올 때까지 한 달을 쉴 수도 있고, 일 년을 쉴 수도 있다. 근무형태가 끊어졌다 이어졌다 한다고 해서 '단속(斷續)'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영화스태프는 근무와 실업상태를 널뛰기하듯 갈아타지만 실업급여 지급대상이 아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고용보험 적용 사업장에서 퇴직 전 18개월 중 180일(6개월) 이상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촬영기간이 3-4개월인 영화노동자들에겐 해당사항이 아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영화노조, 위원장 최진욱)이 2006년 정책토론회에서 공개한 영화산업 노동환경 실태결과에 따르면 영화현장 제작인력 비정규직 비율은 90%, 평균 연봉은 640만 원, 4대보험 가입자는 1.43%에 불과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금도 상황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노조가 주목한 제도는 프랑스 공연예술 비정규직 실업급여제도(Intermittents du Spectacle, 이하 앵테르미탕). 연중 507시간(주 5일, 8시간 기준 약 3개월)만 일하면 실업급여가 나오는 제도다. 프랑스 예술산업 종사자 중 약 3분의1이 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이런 고민 속에 지난해부터 선보인 기관이 영화산업실무교육센터(MUSkillset, 센터장 최진욱). 센터는 실무교육 프로그램을 짜서 영화스태프들이 쉬는 기간에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22일 최진욱 센터장을 만나 영화산업실무교육센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식당 조리부에 발레 파킹, 심지어 귀농한 영화인도..."


▲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최진욱 위원장. 지난해 만들어진 영화산업실무교육센터 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 김대홍
- 일과 실업상태를 오가는 근무조건을 이기지 못해 현장을 떠나는 영화인력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

"정확한 통계를 낸 적은 없다. 지금까지 경험을 토대로 유추해본다면 약 20-30% 정도는 수시로 영화현장을 떠나 아르바이트 등을 하다가 다시 복귀하거나 아예 떠난다고 본다. 프렌차이즈 식당 조리부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귀농한 사람도 있다. 발레파킹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10년차 친구인데 그렇다. 여기서도 비정규직이었지만, 다시 찾는 일도 비정규직이더라. 1년 보장도 안되는 우리는 비정규직의 비정규직이다."

- 영화산업실무교육센터는 교육기관인가.

"아니다. 생계대책기구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여기서 교육도 실시하겠지만, 인센티브 지급 등 생계비 지원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실업급여에 준하는 수당을 줄 예정이다. 현재 정부와 협의 중인데 가능성이 아주 높다."

- 영화인력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고 계속 살아남게 만드는 게 목적인가.

"그렇다. 정규직 직장인들은 임금인상 뿐 아니라 각종 복지혜택을 받는다. 우리는 큰 것 기대하지 않는다. 자녀학자금 지원, 주택자금 지원, 경조금 지원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4대보험만 되면 만족한다. 우리는 누구도 예외 없이 매년 실직기를 거쳐야 한다. 현장은 계속 변한다. 새로운 기계, 새로운 기술이 들어온다. 자기 돈 쓰면서 배울 여력이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계비 지원과 교육지원이 필요하다. 교육을 받고 나면 수료증이 나가기 때문에 경력인증에도 도움이 된다."

- 교육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어설픈 교육이라면 스태프들이 안받는다. 가장 최근 이슈를 교육에 담는다. 지난해부터 HD 레드원 카메라(REDONE, 기동성이 좋으면서 세밀한 영상을 잡아내는 사진기)가 이슈다. 고가인 35mm 카메라를 대신한 슈퍼16(16mm)도 인기다. 이들 장비들이 교육에 쓰인다. 이명세 감독('M' '형사'), 민병훈 감독('서얄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오감도), 이병훈 음악감독('님은 먼 곳에' '즐거운 인생'), 신재명 무술감독('친구'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심보경 대표('접속' '공동경비구역 JSA' '고고 70's')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온다. 무엇보다 각 강의가 끝난 뒤엔 단편영화 제작 과정이 마련된다. 최신 장비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다. 영화를 찍으면서 자기 역할을 점검해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영화교육프로그램 중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한다."

- 센터를 열고 교육프로그램을 만든 게 영화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이 목적이라고 알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바꿀 계획인가.

"먼저 도급계약을 1대1 근로계약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는 도제 대표가 제작사와 계약하고 돈을 받은 후 팀원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이중착취방식으로 팀원들은 정확한 계약조건을 모른다. 근무시간도 연속 최대 15시간으로 정해야 한다. 지금은 끝나는 시간이 없다. 스태프도 쉬어야 한다. 또한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임금을 더 줘야 한다. 계약한 날짜보다 더 일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렇다고 돈이 더 나오는 게 아니다. 부당하다. 임금체불 문제도 심각하다. 영화제작사는 모태펀드(Fund of Funds,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돈을 많이 끌어 쓴다. 앞으로 임금체불 사업장에는 지원을 하지 않는 등 제재조치가 강해져야 한다."

- 앞으로 계획을 말해 달라.

"약 3000명 정도에게 줄 20-30억 정도 기금조성이 필요하다. 기금마련부터 운영까지 책임질 TFT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다양성에 대한 인식개선 작업이 필요하다. 문화가 다양한 만큼 노동도 다양하다. 다양한 노동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 영화산업실무교육센터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상근자들. 왼쪽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김윤태 사무처장, 윤성원 수석부위원장(센터 사무국장), 센터 조설경 조설경 기획팀장, 센터 황태민 교육팀장, 최진욱 센터장.
ⓒ 김대홍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anonymous
글쓴이
2009.04.24 17:38
아~~~~~~~~~~~~~~ 쫌!!!!!!!!!!!! 나라야 정신차려라!!!!! 이렇게 살면서도 영화하는 내가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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