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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왠지... 나를 숨기고 싶다면...

불안.

2006년 08월 23일 22시 00분 09초 1140 1
어느 겨울날, 창가에 앉아 담배를 피며 온갖 공상을 하고 있는데,
한동안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더니 어디선가 참새 한마리가 날아왔다.
바로 내 무릎과 20여 cm 도 떨어지지 않은, 유리하나 사이를 둔 채로, 작은 날개를 접고 쉬러 온 참새 한마리.
피우던 담배도 멈추고 그 놈을 보고 있는데. 그 참새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고개짓을 해댄다
유리창이 흔들릴만큼 센 찬바람이 불어도, 참새는 목을 움추리거나, 시린 눈을 잠시 감았다 뜰 뿐,
몸을 세차게 떨면서도 좌우 위 아래. 좌 우 위 아래.... 좌 우 위 아래...
자신을 위협할 무언가를 끊임없이 경계하며 잠시도 쉬지 못하고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떨고 있었다.

손에 쥔 담배를 한모금 빨려고 손을 천천히 들어올려 입술에 물었는데,
그 느리고 작은 동작에도, 내가 그 참새의 뒤에 있었음에도, 참새는 푸드득 ~ 다시 날아가버린다.
날아가는 한쌍의 작은 날개를 잠시 보다가 ... 난 담배 연기를 내 뿜는다.
허망한 담배연기처럼, 참새가 방금 전 내 코앞에 있었다는것 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무 생각 없어진 나.
잠시 무엇이 왔다갔나 ?

그 사이 밥이 왔다가고 영화가 왔다가고 눈 비 바람이 왔다가고 계절이 왔다가고 행복과 불행이,
아픈 사랑이 왔다갔다. 그리고 다시 조용해진 작은 베란다. 난 계속 담배를 피며 또 무언가 올지 몰라 궁금해 한다.
또 뭐가 와서 날 괴롭힐꺼나...

그때 살며시 드는 생각이 있었다. 살아있는것들의 본질같은게 있다면 불안이 아닐까 싶은...
먹이, 천적, 추위.... 그리고 별 볼일 없이 따뜻한 곳에 앉아 담배같은거나 빨고 앉아 있는 인간...
자신을 위협하는 모든것들을 끊임없이 경계하며 떨고있던 그 참새의 불안처럼 말이다. 요즘 자꾸 그 참새 생각이 난다.

근데 하이데거가 그랬다네 ? "존재의 본질은 불안이다"
오호라~ 그럼 난 하이데거랑 동급 ?

지랄한다.
동급이고 나발이고 숙제는 잘 하고 있는거냐 너 ? 그 지겨운 씨나료 언제 끝나는거냐 대체...
누구가 날 또 아프게 할까 아니 내가 또 누구를 힘들게 할까 불안하다. 불안해. 나 살아있는거 맞지 ?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anonymous
글쓴이
2006.08.25 06:56
살아있는거....맞습니다.....아마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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