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실 입단 전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마음을 먹고 6개월동안 대형학원 두군데를 다녔습니다. 일주일에 두번, 제가 연기를 보여주고 제 연기에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은 매 수업마다 단 20분이었고 다들 자기 차례 끝나면 핸드폰만 봅니다. 그리고 세시간 수업하는데 중간에 두번 나가서 담 배를 피우고 친목도모를 합니다. 학원을 두군데 다녔는데 두군데 다 똑같았어요. 이런 수업 이 과연 월 50만원을 낼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도 연기 자체를 그만두고 싶지 않아 그냥 다니다가, 이렇게는 영영 배우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학교도 알아보고 개인 레슨도 알아보다가 기실에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2. 기실 생활 기억나는 에피소드
저희 반은 에피소드가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같은 시기에 다같이 힘들어 했던 기억도 있고 진짜 웃긴 에피소드들도 너무 많아요. 마지막 졸업 발표 전에 다같이 밤샌 것도 기억에 남고, 마이즈너 때 맥주 마시는 장면에서 무알콜 맥주를 마셨어야 하는데 알콜이 들어간 맥 주를 마셔서 저랑 상대배우 둘 다 헤롱헤롱한 상태에서 연기한 것도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그때 빨리 맥주를 다 마시고 다음 연기로 넘어가야 했는데 상대배우가 맥주를 다 못 끝내고 있길래 제가 그 캔을 냅다 뺏어서 바닥에 던져버려 상대를 당황시킨 것도 재밌는 에피소드 였어요. (극을 망친게 아니라 원래 다음 행동이 맥주캔으로 스케이트를 타는거라서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갈매기 오프스테이지 때 저랑 상대배우 각자 애인이 있늗데 갑자기 스킨십이 가미된 치정멜로극을 만들게 되어서 난감했던 것도요! 배우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저의 애인에게도 상대배우의 애인에게도 미안하고.. 잘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서툴고 힘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에피소드는 직업독백 첫 발표 때 대사 한마디 하고 머릿속이 백지가 되어서 준비 한 것들을 다 날려먹은게 정말 강력하게 기억에 남아요. 코치님이 단호하게 준비 부족이라고 바로 자르시고 다음 수련배우 차례로 넘어갔는데 제 자신이 너무 창피해서 숨고 싶었어요.
3. 본인이 생각하는 기실이란?
인생에서 꼭 한번 거쳐가야 했던 곳, 기실에 다니지 않았더라면 저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을지 상상이 안가요.
기실은 단순히 연기를 배우는 곳이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그 원인을 스스로 파악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효율적이게 해결해 나갈지 지도를 해주는 곳이라고 생각이 들 어요. 연기에서의 문제 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의 문제도, 개인적인 문제도요.
4. 기실 후배들에게 조언
기실만을 너무 맹신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저는 기실 입단할 때 기실에서 1년 배우면 무적 연기짱이 될거라고 생각했어요. 스파르타 연기학원에서 1년 배우는데 졸업하면 당연히 연기 개잘하게 되겠지?!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웃겨요. 기실이 연기력을 떠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연기가 확실히 많이 늘긴 했는데 그렇다고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가 여전히 어렵게 느껴져요. 기실에 들어와서 내가 얼만큼 하느냐가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기실은 그저 연기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뿐이지, 연습하고, 노력하고, 나를 막고 있는 틀을 깨고 나아가는 건 스스로의 몫이라는 생각이 뒤늦게 많이 들더라구요.. 제가 열심 히 한 부분에서는 열심히 한 만큼 그 결과에 보람을 느끼게 되는 반면 그만큼 스스로 부족 했던 부분들은 그 부족함이 더 많이 느껴지고 후회가 많이 남습니다.
<기실영화연기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