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에 대한 저의 생각을 이야기 하기에 앞서 저의 이야기를 잠깐 해보도록 할게요.
저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독서를 많이 했더니 공부도 수업만 들으면 점수가 잘 나왔습니다(수학은 수업만으론 안되더라고요). 점수가 무난하게 나오니 공부에도 그닥 흥미가 없었고 눈앞에 보이는 흥미거리에만 집중을 했죠. 학창시절 내내 게임과 운동으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초중고 생활을 보내고 나니 제게 남은건 이정표없는 미래와 내신 3점 중반 밖에 없더라고요.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이 점수로는 지방 국립대 점수 맞춰쓰거나 정시를 봐야 하는데 국영수가 1~3등급이 나온다 치더라도 수학이 20~30점 나오니 정시는 어림도 안나고요. 참 미련한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은 안들었습니다. 공부는 해야되겠고 손에는 안잡히고 이런 와중에 막연하게나마 생각해두었던 미래를 한번 구상해보았습니다.
두가지가 확 떠오른 것이 있었는데 하나는 관광경영과를 나와서 통역사 또는 가이드, 여행사 op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다른 하나는 연극영화과를 나오거나 대학을 포기하고 학원을 등록하거나 또는 단역 등으로 경력을 쌓아 방송배우가 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사람이 신기해요. 이런 생각을 마치고 나니 저는 마치 제 미래가 정해진 마냥 안심이되었습니다. 막연한 생각이었을 뿐인데도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저를 위안했던 것이죠.
그렇게 무료한 하루하루를 때우다 제가 수시로 관광경영학과를 지원한 대학의 발표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과는 작년의 입시결과와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3.5점 대였던 합격 컷이 2점 중반대로 올라가고 저는 불합격자가 되었습니다. 분명 작년 결과보단 내가 훨씬 높았는데도 떨어지니까 마음이 싱숭생숭하더라고요. 아니 그냥 기분이 나빴습니다. 내가 이것도 안되는 사람이었나. 내가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었구나.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나의 미래 플랜 두가지중 하나 배우였습니다. 제가 배우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별것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때 국어 책읽기 발표시간에 연기를 하며 선생님께 정말 감정을 잘 표현한다고 칭찬을 받았던 것이 감명깊어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후로 학예회 때 연극의 사회와 주인공 역을 도맡아 하기도 했고요. 중학교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그런 생각이 말끔히 잊혀지긴 했는데 고등학교 1학년 적응으로 힘든 시절에 한 영화를 보고 이 기억의 파편이 떠오른 거였죠. 초중고 내내 뻑하면 우는 좋게 말하면 감수성이 풍부한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울보였던 저는 울음이 그렇게도 싫었는데 그 울음이 유일하게 장점으로 보였을 때가 선생님께 그런 칭찬을 받았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이런 추억을 떠올리며 배우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현실회피이거나 임시방편으로 떠올린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스크린 속의 멋진 모습만 보고 막연히 동경만 하며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 제가 그 중 하나일 수 도 있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배우를 하고 싶다는 이 생각이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온거에요. 저는 제가 무엇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배우를 떠올리기 전까지는 말이죠. 매사를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겐 몰라도 모든 일이 그저 남들 하는 대로 따라서 적당히 맞추면 되는 일이라 치부해왔던 저에게는 이 충격이 매우 신선했습니다. 정말 제가 자신을 돌아봐도 노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하지 않은 저이지만 연기를 하며 매 작품마다 다른 역할의 인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제 열정을 기끼어 바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연 현실에 부딪혔을 때도 이런 태도를 고수할 수 있을 지는 장담못하겠습니다. 금방 힘들다고 나가떨어질 수 도 있고요. 근데 젊은 나이에 일찍?늦게? 지펴진 불꽃을 방치해두고만 있을수는 없잖아요? 세상이라는 것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부딪혀보려고요. 그러던 차에 이런 정보를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이 곳을 찾았습니다. 이러니 어쩌니 해도 저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못한 꼬꼬마 잖아요? 그래서 여러분들의 지식과 조언 등을 구하고자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넋두리가 길었네요. 제가 궁금한 점은 대학교란 울타리 안에서 연기자의 꿈을 키워나가야 하는 건가에요. 연기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생각만 했지 행동으론 실천한 적이 없어서 연기에 대한 경험은 전무합니다. 그래서 실기가 포함된 수시 전형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앞으로 남은 정시에서도 무턱대고 도전하는 것은 무모한 거라고 생각해요.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위해서 재수를 해서라도 대학교 연영과를 나오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다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나을까요? 만약 후자라면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또 연기자가 되어 작품이 나오게 된다면 그때까지의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주변에 연기와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는 분이 안계셔서 궁금한 것이 많지만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네요 ㅠㅠ.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준비해온 친구들에 비하면 늦게 시작한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조금 조급한 면도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 들도 같은 생각이시겠죠? 저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분들도 다들 힘내시고 화이팅 합시다! 제 긴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