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배우모집 게시판 글을 올린 모 스쿨 보니 2년 전에 그곳 학생들과 작업을 한 기억이 떠오르네요.
아침부터 새벽까지 고생고생하면서 2회차였나, 3회차를 찍었습니다. 진짜 아침부터, 진짜 새벽까지.
촬영현장에서 고생하는 거야 다 똑같죠. 당연한 일입니다.
실력 안되는 학생들이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게 가상하기도 해서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많은 페이를 줄 수 없다는 것도 감수했습니다.
국비로 지원을 받아야한다고해서 신분증, 통장 사진으로 찍어보내주고 나서 2만 얼마 정도를 받았습니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욕심 나는 배역이 있어서 저도 기꺼이 그렇게 하기로 상호협의한 거니까요.
스태프들이 미숙했기 때문에 촬영장비의 sd카드 백업시간을 기다리느라 몇 시간을 허비한 일,
중요한 기술을 가지신 분의 대역촬영이 사전에 섭외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아 촬영을 못할 뻔 했던 일,
기타 등등은 굳이 더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학생들이 작업하면서 미숙할 수 있으니까요. 이해합니다.
다만 저는 제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그 작품의 가편집도, 완성본도 받아보지 못했고, 그 뒤로 관련 스태프 누구에게도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단톡방을 만들어서 고생하셨습니다. 하하호호 하던 학생 공동 pd 네 명이 말도 없고 대답도 없고 그 뒤로 다 나가버리고 일체 연락이 없습니다.
저희가 미숙하여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라던가
작업파일이 유실되어 이렇게 되었습니다. 어쩌죠 라던가 이런 어떤 말도 없이
그냥 소통이 뚝 끊겼습니다.
그냥 학생 한 명이 책임감 없었던 것 뿐이라면, 성급한 일반화일 수도 있겠습니다.
다른 사람하고 작업했을 때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리란 법은 없죠.
소수의 예를 들어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고 욕하는 것을 경계하는 편이라 그 후로 이 일에 대해 언급을 굳이 안했습니다.
헌데 생각해보니 그곳은 스쿨이고, 그들은 네 명의 공동책임을 가진 팀이었습니다.
우리 작품을 완성 못했는데 배우들한테는 어떡하지? 하는 얘기를 안했을리는 없을 테지만, 제 추측키로
그냥 쌩까고 조용히 있자. 가만히 있으면 지나가겠지. 이랬던 모양입니다. 다른 배우들도 답을 듣지 못했으니까요.
아마 가르치는 선생들 사이에서도 선배들 사이에서도 그에 대한 관리나 문제제기도 전연 없었을 겁니다.
교풍, 기풍 자체가 없었을 거란 얘기죠.
오늘 저 게시물을 보는데 페이를 안 주니 다행히 경력 많으신 배우분들은 지원 안 하시겠으나
페이는 안 받아도 됩니다. 다만 열심히 참여해서 제 얼굴 나오는 영상물 하나 가지는 게 소원입니다. 하는 꿈 많은 배우분이
기대를 품고 같이 작업했다가 저같은 꼴을 또 당하실까 싶어 적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액터스포럼이니까요.
저랑 했던 분들은 졸업했을 것이고, 다른 분들은 제가 겪은 일과 무관하게 작업 잘하실 수도 있습니다.
제 걱정이 쓸데없는 걱정이었으면 좋겠네요.
-글을 쓰고 다시 보니 모집글이 사라져있네요.
.......기껏 쓴게 아까워, 일단 제 글은 그냥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