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드연기란 무엇이고? 메소드연기가 필요한가!

서울필름스쿨2 2024.04.26 10:42:47

배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이 들어본 메소드연기....

그 메소드가 도대체 뭐고 꼭 해야만 하는것인지 갑론을박이 아직도 현장에서도 진행 중입니다.

밑에 글을 보시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연기가 무엇인지

어려운 내용일 수도 있지만 메소드연기에 대해 한번 이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서 글을 올렸습니다^^

극중 캐릭터를 맡아 연기를 통해 하나의 스토리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은 배우이다. 과거에는 이런 배우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관객에게만 보여 줬다면 지금은 영화나 드라마로 더욱 많은 대중에게 보여주고 있다. 연기란 대중에게 그다지 생소하지 않은 것이 됐다.

따라서 대중들은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소비자로서 잘함과 못함을 어느 정도 가릴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 아마추어의 눈으로는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하지만, 그들은 배우와 캐릭터 간에 어색한 괴리가 있는지 없는지를 종종 잣대로 세우곤 한다. 즉, 극 중 캐릭터와 실제 배우와의 혼연일체를 이룬 이른바 ‘신들린 연기’를 펼치는 배우에게 잘한다는 평을 내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런 연기를 펼치는 탤런트에게 TV 매체에서 ‘메소드 연기를 펼친다’는 문구를 내보내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연기에 대한 이론을 모르는 대중들은 ‘메소드 연기란 곧 배우가 연기를 잘할 때 쓰이는 수식어’라고 추정하기 마련이다. 과연 이 명제는 참인가?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연기’, 그중에서도 메소드(method) 연기 란 정확히 무엇일까?

메소드연기에서 메소드(method)는 방법을 뜻하는 영어단어다. 직역하면 방법연기다. 연기하는 방법이라는 말에서 추론할 수 있듯이, 천차만별인 배우의 특성을 일반화할 수 있는 ‘방법연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메소드 연기의 시초를 마련한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Konstantin Stanislavsky)의 목표를 알아야만 한다.

스타니슬랍스키는 ‘배우수업’ ‘성격구축’ ‘역할창조’를 쓴 저자로서 연기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교과서적인 존재다. 스타니슬랍스키가 당대 유명했던 배우들을 관찰한바 내린 결론은 ‘연기란 살아있는 진실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들은 연극 무대에서 매우 집중된 모습으로 연기에 ‘몰입’했다. 그들은 주어진 극 중 상황 속에서 희로애락을 절절히 느끼는 하나의 살아있는 캐릭터였다. 그저 대사를 외우고 말하는 것을 넘어서 등장인물의 특징에 맞는 제스쳐와 표정 연기를 실감 나게 덧붙였다.

맡은 배역과 혼연일체가 돼 연기하는 이런 모습을 그는 연기의 궁극적인 목표로써 삼게 된다. 이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그는 배우들의 표정과 몰입도를 깊이 관찰했는데, 배우들은 적절한 시기에 근육을 이완 수축시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건 살아있는 진실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공통적인 모습으로 스타니슬랍스키는 그가 추구하는 사실적 연기를 이와 같은 방법으로 훈련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메소드(method)’연기다. 결국 메소드연기란 배우를 철저히 등장인물화 시켜 사실주의적 연기를 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배우훈련법’ 또는 ‘연기론’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니슬랍스키는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틀을 닦았다고 본다. 기틀을 닦았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 이후 스타니슬랍스키의 메소드 연기법에서 뿌리를 두고 강조점을 다르게 둔 여러 가지 연기론이 갈라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등을 감독한 리 스트라스버그(Lee Strasberg)다. 메소드연기의 가장 대표적인 이론을 그가 정립했으며, 보통 좁은 의미의 메소드연기라 말하면 리 스트라스버그가 정립한 이론을 지칭한다.

그는 스타니슬랍스키가 만들어 놓은 메소드연기의 토대에서 ‘배우가 겪은 경험’에 강조점을 두었으며, 제임스 딘, 말론 브랜도,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잴 니콜슨, 제인 폰더 등 명망 있는 배우들을 배출한 액터즈 스튜디오(Actor’s Studio)를 설립해 메소드 연기이론을 정립한 사람이다.

그만의 메소드는 우선 ‘이완-집중’ 훈련으로부터 출발한다. 배우가 긴장해 있다면 어떤 연기도 진실하게 우러나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긴장의 이완이다. 긴장을 이완시키며 배우는 등장인물에 동화되기 쉬운 창조적 분위기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 창조적 분위기 속 배우는 영감에 집중한다. 영감에 집중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관찰’이다. 리 스트라스버그는 배우에게 외관을 관찰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상력을 동원해 사물을 되새길 것을 요구한다. 이런 이완훈련, 집중훈련이 끝난 후 가장 중요한 훈련은 ‘감각기억훈련’이다. 감각기억훈련은 다시 ‘오감 기억훈련’과 ‘정서적 기억 훈련’으로 나뉜다.

오감 기억훈련은 간단히 말하자면 일상 속에서 겪는 감각을 다시 집중하여 관찰하고 기억 속에 저장하는 훈련이다. 이것은 배우가 무대 위에서 겪는 모든 환경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억을 쉽게 떠올리게 하기 위한 장치다. 오감 기억훈련은 일상 속에서 오는 감각에 대해 훈련하는 것이라면, 정서적 기억훈련은 배우가 겪었던 구체적 경험에서 감정을 뽑아낸다. 여기서 말한 정서적 기억훈련은 7년 이상 된 기억을 권장하는 이유는 최근에 겪은 일일수록 배우가 감정을 컨트롤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겪었던 느낌을 다시 재현하는 것 이것이 리 스트라스버그의 메소드(method)다. 실제로 그는 스타니슬랍스키의 메소드 초기이론을 전수 받아 구체적인 방법을 고안하고 정립한 것에 가깝다. 스타니슬랍스키의 메소드를 기초에 두고 그만의 ‘기억저장-소환’ 훈련을 재정립한 것이다.

 

리 스트라스버그는 스타니슬랍스키의 이론을 수용하고 그만의 메소드를 만들었다. 그룹 씨어터(Group Theater)를 만들어 연기학교에 대한 열정도 불태웠는데 그때 당시 배우로 있었던 스텔라 애들러(Stella Adler) 또한 메소드 연기의 또 다른 갈래를 만들었다. 스텔라 애들러는 메소드의 ‘상상력’에 주목했다. 스텔라 애들러는 그룹 씨어터에 있던 시절 리 스트라스버그와 크게 충돌했다.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메소드 시스템은 종종 불쾌한 감정까지 동반했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에 회의를 느꼈던 스텔라 애들러는 리 스트라스버그를 떠나 스타니슬랍스키를 찾아간다. 스타니슬랍스키는 그녀가 느낀 메소드의 한계점을 듣고 다시 그녀와 새로운 메소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애들러는 연기란 기억저장과 소환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닌 배우의 ‘상상력’을 키워 극 중 상황에 온전히 몰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애들러는 기존 리 스트라스버그의 메소드에 매우 강렬히 비판했다. 따라서 애들러의 메소드는 리 스트라스버그의 메소드와 다른 강조점을 주장했고, 이는 스타니슬랍스키의 초기이론과 후기이론의 대립양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초기이론 즉, 리 스트라스버그의 메소드는 배우의 내면에서 끌어올린 감정 ‘내면 중심’이었다면, 스텔라 애들러의 후기이론은 액션과 상상력 중심의 ‘신체행동’중심이다. 둘 다 살아있는 진실한 연기가 목표인 점은 같지만 그걸 실현하기 위한 훈련의 주안점은 다르다. 애들러는 특히 무대 위의 상황에 주목했다. 대본상에서 이름을 부르는 행위가 있다해도 그것이 ‘극 중 상황’에 따라 다급하게 부를 수도 있고, 사랑스럽게 부를 수도 있다. 무대 위의 상황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중요하다.

이런 상상력의 기초발판은 캐릭터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 장소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와 같은 질문을 통해 배우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행동’으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따라서 배우에게 대사는 그저 텍스트일 뿐 그것을 상황에 맞게 재창조하는 것이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신체 행동’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녀의 메소드에도 한계점은 존재했다. 배우는 텍스트보다 자신이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캐릭터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만약 전체 작품에서 작가가 의도한 캐릭터와 순전히 다른 캐릭터가 창조됐다면, 배우가 자의적으로 해석한 대가를 누가 치를 것인가?

 

샌포드 마이즈너(Sanford Meisner)는 리 스트라스버그와 스텔라 애들러 사이에 존재한다. 두 메소드 간의 한계점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마이즈너는 스트라스버그의 ‘정서 기억’을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배우가 극 중 상황에서 정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극의 흐름을 단절시키고 자신만이 겪었던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은 연기 파트너와 교류할 수 없다는 단점을 지녔다는 것이다. 이처럼 마이즈너는 연기 파트너와의 호흡을 중요하게 여겼다. 연기란 극 중 상황에서 상대 캐릭터가 나에게 던진 연기를 받아내며 나 또한 상대방에게 반응하는 것이기에 애들러의 메소드와 사뭇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연기의 모티브가 ‘자신의 상상력’이 아닌 ‘상대방과의 열린 호흡’이라는 점에서 애들러와도 차별화를 두었다.

 

스트라스버그의 메소드는 자기 의존성을 띄고 애들러의 메소드는 상상력이 본 의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에 마이즈너의 메소드는 굉장히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캐릭터란 반복적 훈련을 통해 캐릭터를 완성하는 것이라 보는 관점도 매우 독특하다. 따라서 마이즈너의 메소드가 배우들 간의 살아있는 교류와 호흡이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관객에게 훨씬 다가가기 쉽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답은?  연기이론에 답은 "없다" 입니다. 하지만 기본은 해야 한다는거 아시죠?

 

에필로그=서울필름스쿨 연기지도 부원장 변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