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부는 미래의 감독이다.

gomaya 2008.04.02 23:17:41
요즘 영화제작이 뜸해지면서
본의 아니게 오랜기간 실업자(?)의 상태로 지내는 연출부들이 많을줄 압니다.

매년 대학의 영화과를 졸업하고 또는 아카데미나 미디어센터를 통해서 영화를 공부하고 난뒤
혹은 영화에 대한 열정 하나로 무작정 상업영화현장의 연출부로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과정이 싫어서
혹은 같은 세대끼리 편안하게 영화를 만드는 재미에 독립단편영화를 만들며
충무로 진입을 거부하는 젊은이들도 있지만 말입니다.

제가 젊은 시절이었을때는 단편영화에 대한 제작여건이나 평가가 지금과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는 단편영화란 학생때 만드는 습작쯤으로 여겨졌고 제작지원을 받을곳도
아니 설령 만들어 졌다고 해도 대중에게 작품을 보여주기 또한 어려운 현실이었습니다.

여러곳에 좋은 단편영화제들이 생겨나고 제작지원단체들도 많아진 현재를 보면
이제 막 영화를 시작하는 젊은이들은 참 좋은 여건에서 영화를 만들수 있구나 하는 부러움이 생겨납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와 마찬가지로 현장에 있는 연출부들의 사고도 이전과는 많이 변한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

최근에 조감독으로 작품을 하면서 지켜보니
촬영현장을 마치 학생때 혹은 또래끼리 작품을 만들때랑 같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제법 있더군요.
메인스태프들이 한참 촬영준비로 바쁜데 한편에서 웃고 장난치고 있지를 않나
촬영시간에 10분 20분 늦는건 예사로 생각하고
촬영을 위해 무엇을 할까 생각하기보단 어떻게 하면 같이 작업에 참여한 또래들과 즐겁게 보낼까 생각하고...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조용히 불러 주의를 주긴 했지만 촬영이 끝날때까지 많이 바뀌지는 않더군요.

그들에게 상업영화현장에서의 연출부는 무엇일까요.

중간에 그만둔 아니 떠나 보냈던 친구의 말이 생각 나는군요.
시간이 날때마다 그는 이전에 자신이 참여했었던 상업영화현장의 배우이야기와
가쉽거리를 자랑삼아 떠들고 다니더군요.

그에게 있어 영화란 무엇일까요. 연출부는 과연 무엇일까요.
저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너의 삶은 너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것이다.
언젠가는 내가 해준 말들이 무슨 말이었는지 알게 될것이다라고 말입니다.

그는
연출부가 아니라
미래의 감독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