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에 출연하시는 배우분들을 위한 글

hanho77 2007.12.07 02:16:54
밑에 있는 글들을 보고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배우로서 단편에 참여하는걸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그리고 어느 회원님은 경력이 되지 않는데 왜 단편에 출연을 하느냐...라는 말도 있네요.

특히 포트폴리오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것 같아서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영화사 연출부도 했었고 단편연출도 몇 편 했었습니다.


저는 단편도 단편 나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좋은 단편에 출연하신다면 좋은 경력이 될수가 있습니다.
일례로 김종관 감독의 '폴라로이드 작동법'의 정유미씨 ...이 단편 한편으로 그 뒤 정지우 감독의 '사랑니'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 정윤철 감독의 '좋지 아니한가' 등을 거치며 인정을 받은 케이스입니다. 지금은 드라마 주연도 하고 연기력도 인정받고 있는 배우입니다.
제 기억에는 10분도 되지 않은 짧은 순간의 '폴라로이드 작동법' 에서의 그녀의 연기와 이미지를 보고 정지우 감독은
'사랑니'에 캐스팅을 합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괴물'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조단역급 연기자들을 보세요.
한예종 영상원 단편영화에 나왔던 분들이 많습니다.
이경미 감독의 '잘되가 ? 무엇이든'이라는 영화에 나온 여자분이 '친절한 금자씨'에 꽤 큰 비중으로 등장하는걸 볼수 있습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각종 인터뷰에서 단편영화를 보고 캐스팅했다고 공공연히 밝히기도 합니다.
<살인의 추억의 여러 배우들 >

충무로의 흐름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도제 시스템에서 벗어나서
지금은 단편영화를 자기가 직접 만들었던 그런 감독들이 충무로의 주류입니다.
이들이 과연 단편에 관심이 없을까요?

액션영화의 장인
'류승완'감독
이 분이 오늘날에 이르게 된것은 바로 '패싸움'이라는 16mm단편이 시발점입니다.
이 단편에 3개의 단편을 더해서 만든 영화가 바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입니다.
이 영화로 우리는 '류승범'이라는 당대의 걸출한 배우 한명을 만나게 됩니다.


미장센 단편영화제가 생긴 이후로 이 영화제의 심사위원들인 충무로 감독들은 단편영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특히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같은 경우는 단편영화에서 배우들을 캐스팅하는데 참조하고 있고, 김지운 감독같은 경우는 단편을 보고 촬영감독을 정하기도 했습니다.
(장화 홍련의 이모개 촬영감독)
제가 봐도 그렇습니다.
오디션이란게 배우의 역량을 짧은 시간안에 보기가 힘듭니다.
특히 오디션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시지 못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잘만든 단편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펼친 배우분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 검증이 가능합니다.
특히 배우가 단편에서 주연일때는 배우의 연기력을 가늠하는데 이만한 바로미터가 없지요.


단편영화가 경력이 안된다는 생각은 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장편영화에서 대사 한마디 있는 역보다는 좋은 단편에서 주인공 역활을 하는것이 더 경력이 된다고 봅니다.
장편영화에서 짧은 대사로 배우의 연기력을 판단할수 있을까요?

저도 상업영화 오디션을 많이 진행해봤습니다.
장편영화에 출연하셔서 대사 몇마디 하시는것이 오히려 단편보다 도움이 더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극연기는 참조는 되지만 그걸 전적으로 의지할수는 없습니다.

단편영화는 그 자체로 완성된 세계가 있는 작품의 주인공 아닙니까?
한 작품에서 여러가지를 다 표현할수가 있습니다.
영화로 진출하시려는 분들은 단편으로 영화 연기경험을 많이 쌓으시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단편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경력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연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느냐?
몇몇 단편감독들은 어떤 충무로 감독님들과 견주어도 연출력이 뒤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단편이란것이 상대적으로 상업영화보다는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며 피드백할 시간이 훨씬 많죠.





그리고 학생영화에 대한 편견들이 많으신것 같은데요...
물론 성의가 없는 작품들도 많지요.


하지만 결과만 놓고 말하자면 작년 부산영화제의 화제작이자 칸느를 비롯한 세계각종 유수영화제에서 상을 휩쓸고 극장개봉까지 하고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은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자'
바로 조그만 dv카메라로 촬영한 중앙대 졸업작품입니다. (6mm 파나소닉 dvx100)
원래 단편으로 많이 찍는 졸업작품을 본인이 장편으로 찍은 경우입니다.
후에 청어람에서 배급하고 필름으로 컨버팅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학생작품입니다.


이 영화에 출연한 하정우씨를 비롯한 배우들은 이 작품으로 많이 알려져서 지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포도나무를 베어라'에 주연으로 출연한 서장원씨도 있지요)

단편영화가 베이스가 되어서 입봉의 기회를 잡아서 훌륭한 감독으로 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성수 감독에게는 '비명도시'라는 단편이 봉준호 감독에게는 '지리멸렬'이라는 영화가 원신연 감독에게는 '빵과 우유'라는 영화가 장준환 감독에게는 '2001이매진'이란 작품이 있었지요

양윤호 감독 '가변차선' 정지우 감독 '사로' 곽경택 감독 '영창 이야기' 김용균 감독 '그랜드 파더'
이 영화들을 아시나요?
이 감독들의 단편영화입니다.

양윤호 감독의 '가변차선'에서 주인공 역을 맡았던 배우 -바로 박신양씨입니다.
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장편 데뷔작을 만들게 되는데 그 영화가 바로 '유리'입니다.


곽경택 감독의 '영창이야기'의 주인공 역을 맡았던 배우 -바로 '친구'의 서태화씨입니다.
서태화씨는 이 단편영화에 출연하기전까지는 성악을 공부하던 학생이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세상에 알려진 단편영화는 '지리멸렬' 이전에 '백색인'이라는 화이트칼라를 풍자한 단편영화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 주연을 한 사람이 김뢰하 씨입니다.

그 이후 지리멸렬- 플란더스의 개-살인의 추억-괴물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단골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장준환 감독의 '2001년 이매진' 단편의 주인공
영화 '가족'과 '세븐 데이즈'의 박희순씨입니다.

낮은 확률이겠습니다만 만의 하나 ...같이 작업하시는 그리 똑똑하지도 않고 말도 잘 못하는 단편감독중에 미래의 봉준호나 장준환이 있을 수도 있지요.


배우들이라고 예외가 되라는 법은 없습니다.



제가 일일이 실명을 거론하기는 그렇지만 단편영화에서 좋은 연기로 두각을 나타내셨던 분들이 상업영화에서 큰 역활을 하시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정용기. 양익준 씨)
이창동 감독이 심사위원장이었던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는 단편영화의 배우로 많은 활동을 하셨던 분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하셨습니다.

세계에서 단편영화제가 제일 활성화된 나라이자 단편영화 상금이 제일 많은 나라중에 하나가 한국입니다.

영화과가 제일 많은 나라도 한국이구요.
배우분들은 이 토양을 긍정적으로 활용하셔야 한다고 봅니다.


페이문제는 뭐라 말하기 힘드네요.
일단 제 글은 단편영화작업이 경력이 되냐 도움이 되냐 에 대한 글이구요. ...
저는 페이는 지급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단편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만만치않은것도 사실입니다.
어떤 분야건 좋은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이 있습니다.
단편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요.
페이문제는 미리 크랭크인하기 전에 확실하게 서로 이야기하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솔직히 몰상식한 연출자들도 많이 봤습니다.
배우분들 불러놓고 자기들끼리 영화 만든답시고 잡담이나 하다가 ...배우분들 한정없이 기다리게 하는 .
그래놓고 교통비도 안 주는 ..
그리고 현장에서 배우불러놓고 카메라 어디 놓을지 촬영이랑 밤새도록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구요.
이런 연출자들이 전체 연출자들을 욕먹이는 것이지요.

제 글의 결론은 ....
출연해서 좋은 연출자와의 시너지로 연기력에도 도움이 되고 경력이 되는 단편들도 많다. ...그 정도가 되겠네요.

횡설수설한것 같네요.
배우분들이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맘에 글을 올렸습니다.
짦은 시간에 쓰다보니 별 내용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