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페이에 관한 내용이 있네요. 제 생각은..

filker 2006.08.22 17:10:40
먼저, 저는 아직 배우라고 불리우기는 어려운.. 연기 수업중에 있는 연습생입니다.
제 경험에 비춰서 얘기를 해볼까합니다.
밑에 한 분이 페이에 대해 생각을 적어주셨는데 중요한 건 금전적인 보수 자체가 아니라 그 보수가 상징하는 가치라고 해야하나..암튼 그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배우 모집 게시판을 뒤져서 지원 멜을 보내죠.
학생들의 졸업작품이나 그에 준하는 아마추어(일단 프로는 아니니..)들의 작품이 대부분이고
페이부분에 있어서는 교통비/식대..와 소정의 출연료..정도로 나뉘더군요.
일단 저는 말씀드렸다시피 아직 배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출연료를 지급한다는 분께는 지원 멜을 보내지 않습니다.
지원자체가 실례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페이가 없는 구인건에는 별 부담없이 멜을 보냅니다.
암묵적인 동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아직 수업중에 있는 아마추어끼리 모여서 한 번 해보자는...
그런데 제가 볼때 제작입장에 계신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지원 멜을 보낸 것이 수십번 정도 되는데..그 중에는 두 세통씩 보낸 것도 있구요..
출연이 성사된 세건을 제외하고는 답멜이 온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일일이 답장을 못 줄 만큼 멜이 폭주하지 않는 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말이죠.
제 입장에선 어떤 생각이 들까요?
아..이 사람들이 배우도 아닌 내가 지원을 하니까 기분이 상하나보다.. 작품이 얼마나 하찮아 보였으면 별의별 사람이 다 쑤셔보나 하고..
만약 그게 아니라면, '너 아니라도 출연 기회 한 번 잡아보려고 환장한 배우들 많아' 하는 영화판의 생리에 따라 무명의 조/단역 배우를 경시하는 풍조가 학생때부터 몸에 베게 된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을 것 같네요.
단순히 답장을 못받아서 열받아 그러는게 아닙니다. 합격(?)여부를 알 수 없으니 촬영일자의 스케줄은 계속 비워두고 기다려야 하는게 아마추어 배우들의 현실입니다. 혹시라도 모르니 말이죠.
학생 영화판에서 마저 이러한 상하구도가 형성된다면 분명 문제가 아닐까요?
결론적으로..페이는 지급이 될 수도, 안 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출연료를 받고 임하는 배우라 하더라도 그 작업을 생계수단으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겁니다.
배우로 성공하고자 하는 꿈이 있기에 거기에 다가가는 작은 기회를 제공받는 대가로 작은 출연료지만 작업에 임하게 되는 거죠.
물론 체계적으로 쌓아온 연기에 대한 어느정도의 노하우는 그 소정의 출연료에 대한 대가로 제공하게 됩니다.
하지만 작은 기회를 제공하는 대가로서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대가 지불없이 경험많은 배우만을 구하려 드는 건 잘못됐다 생각합니다.
학생 영화라 해도 페이가 지급되는 작품, 지급되지 않는 작품은 엄연히 존재하죠.
여러모로 구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아닐까요?


# 철저하게 연기자의 입장에서 써 봤습니다. 좀 과격(?)한 부분도 있고..
연출부의 입장에서도 할 말이 많으실 줄 압니다.
그냥 배우들의 입장이 이러하구나하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