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는 어째야 할까나...

anonymous 2005.10.18 16:11:18
이 곳에 들락날락 하다보면
20대 분들이
"늦은 건 아닐까요...?"
"경제적인 측면이 걱정되요..."
등등의 질문을 올리시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요.

저는 대학 졸업하고
나름대로는 괜찮은 회사에 다니다가
나이 29살에 회사를 때려치우고
영화 일을 하고 싶다고
무조건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단편 영화 배우, CF-뮤직비디오 연출부 (저보다 나이 어린 조감독 감독의 말에 절대 복종하며),
단편 영화 조감독 및 연출부, 초저예산 (껌값 수준) 제작비의 단편 영화 2편의 감독...
등을 두루 거쳐 온 사람입니다.

영화 전공을 하고도 여러 걱정이 많은 분들도 계시던데,
저는 영화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막연하게 좋아하기만 했지,
회사 때려치우고 현장에서 뒹굴기 전까지는
영화 쪽과 관련된 지식도 거의 없었습니다.

이렇게 단순 무식으로 헤쳐 온 1년 반의 세월이 지난 지금
나이는 이제 31살이 다 되어가고,
대기업에 다니는 학교 같은 과 동기들 (경영학과)의 시선과,
빨리 안정되어서 장가 가기를 원하시는 부모님의 시선,
무엇보다도
"내가 진짜 재능이 있기는 한 건가, 재능이 없다면 이 길이 아니면 안 될만큼 절실하기는 한 건가,
이 나이에 도대체 어떤 길을 가야하는 건가...
, 지극히 현실적으로 말해서 내가 이 쪽 일을 해서 앞으로 밥 벌어먹고 장가는 갈 수 있을까?" 등등의
제 자신에 대한 고민 등이 하루도 떠날 날이 없습니다.

필커에 이런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만,
진짜 너무 답답해서 글 올려봅니다.

좀 있으면 31살인데,
정식으로 영화에 대해 공부하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 다시 안정된 직장 생활을 하고싶은 유혹도 너무 큽니다.
(그렇다고 저를 일반 회사들에서 다시 쉽게 받아주지도 않지만요)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쩝...
부모님께 손 벌릴 수도 없고...
연애를 하려고 해도, 밥 한 번 같이 먹을 돈도 큰 부담이니...
20대 때에는 못 느꼈던 여러가지 고민들이
날카로운 현실이 되어 일상에 파고드네요...

나이 먹어서 방황하는 자의 넋두리를
그냥 풀어 놓은 듯 하여 죄송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