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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3의 물결’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가 (영화울림)

middleguy
2009년 07월 17일 13시 48분 51초 4586 1
<트랜스포머2>가 무섭게 극장가를 휩쓸고 있습니다. 개봉한지 한 달도 안되서 관객 600만을 돌파했다는데 현재 이 ‘자동차 변신 로봇’들의 액션에 우리나라 뿐만이 아닌 전세계 관객들이 매료된 상태입니다. 이젠 누구나 영화를 만들 때 CG를 사용하고 그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정말이지 그 속도가 놀랍습니다. 불과 몇 년 전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씬 시티>를 보고서 ‘단순한 블루스크린 의 장난을 뛰어넘었다’며 입을 다물지 못하던 것에서 이제는 개봉되는 영화의 모든 장면들이 아예 상상을 뛰어넘는 것들로만 가득합니다. 사실 <씬 시티>야 그래도 사람이 주인공이고 나오는 배경에만 신경을 쓰면 되는 거였지만 <트랜스포머>는 주인공도 사람이 아닌 영화 아닙니까. 3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로봇들만 나와 난리를 치는 영화인데 이상하다거나 전혀 어색하다는 느낌마저 없습니다. 너무 자연스럽니다.

분명 영화는 현재 또 다른 ‘변화’의 시작에 있습니다. 10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영화는 ‘두 번의’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무성 영화에서 유성영화로’ 그리고 ‘흑백에서 컬러로’. 하지만 이제 겪게 될 변화는 그것을 뛰어넘는 상상 그 이상의 변화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단 ‘툴(Tool)' 자체가 바뀝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말이죠. 다 컴퓨터로 바뀌는 겁니다. 앞선 ’두 번‘의 변화들은 필름에 사운드트랙을 추가한다던지 현상기술을 바꾼다던지 등의 식으로 기존의 툴에서 부분적인 수정을 한 것에 지나지 않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디지털로의 변화는 정말 모든 것을 바꾸고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씬 시티>와 <300> 같은 프랭크 밀러의 원작 만화를 영화로 실현한 건 정말 시작에 불과합니다. <트랜스포머>시리즈는 한단계 더 나아가 그 다음 단계로 디지털로의 변화가 '스토리’의 변화까지 가져오고 있다는 걸 어느정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생각해보십쇼. 단순히 영화상으로 현실화 시킬 수 있냐 없냐 그런 기술이 있냐 없냐를 떠나 이야기상으로도 ‘자동차 로봇이 변신해서 지구를 지킨다’는 빈약한(?) 스토리로 3시간을 넘게 영화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이 차이가 바로 그동안 ‘영화’와 ‘만화’ 그리고 ‘동화’라는 매체의 경계를 유지하게 한 이유일지 모릅니다. 단순히 영상화가 된다 안된다를 떠나서 말이죠.

영화는 다른 매체들이 표현하기 어려운 ‘인간의 심리 변화’ 포착을 자신의 정체성인 마냥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영화도 엄연한 산업이기에 눈을 즐겁게 하는 ‘만화적이고 동화적인’ 영화가 없었던 것이 아니지만 현실적인 문제 이전에 단순한 ‘영상의 나열’은 영화 자체의 매력을 깨는 것이라 여겨졌던 게 사실입니다. 영화는 ‘움직이는’ 영상예술이고 그 움직임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으며 그리고 그 사람의 변화가 주제고 이야기가 되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것마저 모호해진 느낌입니다. 점점 영화는 ‘들려주기’에서 ‘보여주기’로 변하고 있습니다. 굳이 이야기가 되지 않아도 충분히 영화가 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물론 이 같은 변화는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로의 변화는 영상적으로 이야기적으로 영화의 모든 것을 바꿀 것입니다.

이제 이런 ‘세 번째 큰 변화’의 하나로 3D영화가 또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외계에서 온 우리들의 튜닝 자동차 로봇 친구들’에 이어 칸 영화제 최초로 애니메이션으로 개막작이 된 픽사의 ‘업(UP)'과 '아이스 에이지3’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3D 애니메이션도 사실 몇 년전부터 계속 개봉이 된 낯선 영화가 아닙니다. 지난해 겨울 ‘볼트’의 경우도 3D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비록 미아자키 하야오라는 거대한 산에 부딪혀 좌초되었지만(국내에서는 말이죠) 하나 확실한 건 이제 최소한 애니메이션은 '3D 체제'가 거의 자리를 잡았다는 겁니다.
디즈니와 드림웍스의 ‘두뇌’로 유명한 제프리 카첸버그는 최근에 3D를 가리키며 “영화에도 제3의 물결이 불어 닥칠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는 영화의 모든 ‘생리’를 바꿀 가능성이 큽니다. 만들어지는 영화는 물론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 동안 영화를 둘러싸고 있던 구조적인 것들 까지 일대 변혁을 가지고 올 것입니다. 63빌딩의 아이맥스(I-MAX)같은 영화들을 이야기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영화는 앞으로 당분간 테크놀로지의 거침없는 발전 속에서 ‘영상의 홍수’ 전략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랜스포머>같이 그냥 만화나 동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도 과감하게 영화로 만들어 그냥 관객들의 눈과 귀를 얼얼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실제 영상으로 구현하는 데 있어서 ‘불가능’이란 없어졌습니다. <트랜스포머>를 보십쇼. 주인공과 배경 모두가 실상 원래는 ‘없는 것들’입니다. 배우도 아주 ‘이름 없는’ 배우들만 나오죠. 메간 폭스가 ‘헤르미온느’ 엠마 왓슨 보다 롱런할 배우가 될까요? 아님 그냥 일 년에 한번 씩 우리 눈요기 거리나 되어주는 모델이 될까요? 사실 이런 말 자체도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프랜스포머>에서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니까요. 어쩌면 예전 알 파치노가 주연했던 영화 <시몬>처럼 영화가 만들어질지도 모릅니다. 가능한 이야기죠. <시몬>에서 사이버 배우인 시몬은 연기는 물론 화보에 CF 심지어 라이브 토크 쇼에도 출연합니다. 자고로 정말 머릿속에 있는 모든 것이 영화로 가능해지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모든 변화를 한 가지 시점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너무나 큰 변화는 말이죠. 유성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그렇게도 끝까지 저항하던 채플린도 결국 <위대한 독재자>를 찍었고 컬러 영화가 등장하면서 추락하던 미국영화가 다시 부활했습니다.(70년대의 황금세대들이 쏟아져 나온 이유도 있지만요) ‘제3의 변화’도 상상 가능한 모든 것을 영화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거부반응을 보일 필요도 없습니다. ‘필름이 디지털보다 그래도 낫지 않냐’ 라는 말을 아무리 수십 번 반복해봤자 이미 벌써 현장은 다들 디지털로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제 중요한 건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게 아닌 변화에 맞게 우리 자신도 ‘변하는 것’입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변화’에 맞게 변하고 영화를 보는 사람도 ‘변화’에 맞게 변하는 겁니다. 특히 평론에 있어서 말이죠. 앞으로의 영화는 점점 스토리텔링적인 요소보다는 영상적인 부분에 치우져질 가능성이 짙습니다. 그런 변화에 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우리 한국영화계의 평론집단층은 너무 ‘올드’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나 누벨바그적인 ‘작가적인’ 작품에 과잉충성적이고 지나치게 구조적이고 스토리적인 요소에 집착하는 면이 강합니다.(물론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요) <트랜스포머> 같은 경우도 ‘그냥 재밌다. 정신없다’외에 제대로 영화의 ‘볼거리’에 대한 분석을 내놓은 글은 아직 못 본 것 같습니다. 하워드 혹스의 ‘장면론’이나 ‘컷 바인 컷’같이 아주 전문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까진 없다 해도 최소한 영상의 홍수 속에 관객들을 그나마 지켜줄(?) ‘방주’같은 역할은 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영화를 만드는 것만 바뀌는 게 아닙니다. 영화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뀔 준비를 하고 있고 이제 그 변화를 맞이해야 합니다.
- 05 이민우 -
middleguy77@naver.com
타란티노의 노예-이민우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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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ongwoon
2009.07.17 22:41
현 한국영화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감안 하면은 마치 거리감있는 꿈 같군요.
발전을 위해선 변화를 필요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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