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에들러의 저서인 Art of acting 에서 에들러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1980~90년대 유럽에서 사실주의극 공연이 올려졌고 스타니 슬랍스키는 입센의 '민중의 적'이라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에 휩싸였다고 합니다. (근대극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사실주의극 이전엔 다들 고전작품이죠. 그리스비극에서 시작되어 영국의 세익스피어까지 이어지는 고전 클래식 작품에서는 "전통적인(클레식)"한 즉 외적으로 표현되어지는 연기스타일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사실주의 극은 극의 소재, 내용, 등장인물, 극의 구성도 이전과 달랐고 슬랍스키(이전엔 그도 고전연기를 했던 사람)는 이를 사실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그만의 방법들을 시도하고 다듬었습니다. 이는 유럽의 많은 공연예술인들 사이에서 퍼졌었죠.
스텔라는 당시 미국 출신 배우및 연기교사중 유럽에서 실제 슬랍스키와 교류가 있었던 사람은 본인이 유일했었다고 합니다. 1900년대로 넘어가면서 특히 영국의 세익스피어와 같은 고전이 전무한 미국에선 사실주의가 꽃을 피웠겠죠. 입시연기를 하면 늘상 하는 그 대본들중 상당수가 1920~50년 사이 공황기를 거치던 현실비판적인 미국의 사실주의 작품이들이죠. 영화사에서도 1,2차 세계대전으로 피폐해진 유럽에선 리얼리즘, 네오리얼리즘과 같은 시대에 따른 영화사조들이 등장했습니다.
저명한 미국의 연기 코치들, 혹은 유럽에서 건너갔던 미국인들은 슬랍스키의 시스템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영화의 등장과 함께 이런 사실주의에 뿌리를 둔 사실주의 연기 즉 '메소드'라고 하는 연기적 접근방식은 더욱더 영화매체에 최적화 되어갔겠죠.
결국 무대에서 사실주의 극을 연기할때와 세익스피어극을 연기할때는 접근방법 자체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시대를 거쳐왔던 당대의 배우들과 연출들은 그렇게 했었으니까요. 1940~50년대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선 영국에서 세익스피어를 하다온 배우들이 미국 배우들을 보고 메소드 보이라고 놀렸다고도 하더군요. 철저하게 개인화, 주관화, 내적 상태에 몰두하는 방식을 택했던 배우들은 때론 극의 구성을 벗어나거나 연출들과의 마찰도 많았습니다. 내적동기와 충동이 생기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죠. 너무 자기중심적인 배우들은 연출, 동료배우들과 마찰이 많이 생깁니다. 권위적인 한국의 예술계에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상황과는 너무 대비되기도 하죠.
다른 분들도 아시고 계시지만 어느 누구도 '메소드'란 용어를 쓰지 않습니다. 우스운 용어처럼 들리지 않을까 합니다. 로버트 드니로에게 당신은 메소드 배우입니까? 메소드 연기를 하십니까? 당신의 연기는 메소드 연기입니다. 라고 하면 웃을겁니다. 서양 연기사에서 고전연기와 현대연기로 가르는 시점에 스타니 슬랍스키가 있었고 이미 120년 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연기사적으로는 고전연기(클레식 연기) 와 현대연기(사실적인 연기)로 나뉘어지는 것입니다. 왜 2024년 대한민국에선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이 메소드란 말이 아직도 화두가 되고 있을까요? 다양하고 체계적인 현대연기술을 경험하고 코칭할 수 있는 인력이 많지 않고 대중적이지 않아서일것입니다. 그러니 나는 메소드 연기로 수업을 한다거나 이런 홍보가 나오는 것 아닐까요!!
굳이 메소드를 설명하자면 사실적인 연기 혹은 현대연기란 표현이 가장 근접한 수식어일것입니다. 우리는 저게 메소드연기인지 무엇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훈련방식이나 접근 방식의 뿌리는 비슷하겠지만 궁극적으로 배우가 어떤 접근을 해서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우리는 그 사람의 내면을 다 들여다 볼수가 없습니다. 현재 우리가 보는 연극이나 영화에선 다들 현대연기 특히 영화에서는 더더욱 사실적인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작품이나 인물에 따라서 요구되어지는 연기자의 이미지나 역량은 다 다를것입니다. 장르영화에서 마치 그 영화속 세상에서 존재하고 살고 있는것처럼 사실적이고 인상깊은 연기를 하는 배우에게 우리는 연기를 잘한다고 하는것이죠. 그게 '메소드'연기이거나 그런건 아닙니다. '메소드 연기'라는 용어는 대중적으로 쓰여지는 용어가 더이상 아닙니다.
저의 뇌피셜입니다만 국내 사정은 어땠을까요?
이미 50년도 전에 연극의 본고장인 유럽에선 너무나 많은 시도들이 있을때였죠. 연극이 식민지 시절 일본을 통해서 들어왔는지 어떻게 유입이 되었는진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우리는 세익스피어 고전극을 할때나 사실주의극을 할때나 접근방식이 비슷했을 겁니다. 마당극에 뿌리를 두고 관객과 소통을 하는 한국의 공연문화는 사실주의 극과는 거리가 있어보이지만 우리의 선배님들은 한국의 관객을 위해 나름 우리식으로 공연문화를 발전시켜 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양인들의 눈에 그들의 사실주의 극을 올리는 한국의 방식들은 낮설고 어색해 보였습니다.
강한 내적동기가 동반되지 않는 움직임들, 관객을 의식한듯한 대사전달, 외적인 표현에 치중되어진 인물, 고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다양한 소품과 행동양식등이 그러했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한국에선 사실주의 극도 세익스피어극을 준비하는 방법에서 출발해 접근방법이나 연습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메소드'란 용어가 생소하거나 거부감이 들거나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닐까요? 경험해본적이 별로 없기에....
어떤 얘기만 해야 한다는건 없습니다. 연기자들을 위한 전용 자유게시판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가장 자주 나오는 페이문제나 처우개선등에 대한 논의도 이곳에서'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