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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너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피지오겔라비아
2022년 04월 25일 17시 28분 18초 8727 15

어릴 때부터 영화 보는 걸 너무너무 좋아해서 나도 영화 감독 되고 싶다! 하며 살았는데


막상 실무로 가서 몇번 만들기 시작하니 재능이 없는 것 같아 허한 마음이 드네요


재능 없다는 게 명감독들만큼 못한다 정도 수준이 아니라


딱히 촬영 해보지 않은 분들보다도 보는 눈이 없는 느낌입니다






홍대병 걸려서 그런지 자꾸 뭔가 특이하고 형이상학적인 연출을 찍고 싶은데


또 대중들 니즈는 챙겨주고 싶어서 그런 연출이 나올 수 있을만한 상황을 억지로 채워넣으니


자꾸 어중간하고 이해 안 가는 알쏭달쏭한 걸 만들게 되네요


(예를 들어 하얀 "눈밭 위에 빨간 꽃 한 송이"라는 색대비가 강렬한 이미지를 찍고 싶어서 그와 관련된 얘기를 밤새 만드는데,


또 대중성을 잃기는 싫어서 기승전결 스토리를 우겨넣다보니 대충 그런 연출 구색 맞추는 얘기 정도가 됩니다.


이 얘기를 본 사람들은 "어... 그래서 눈 위의 빨간꽃이 주제인 건 알겠어. 그럼 그 꽃의 의미가 뭐야?"라고 묻습니다.


그러면 전


"의미를 억지로 집어넣긴 했는데... 사실 무슨무슨 주제다! 보다는 그냥 저 이미지 너무 예쁘다 싶어서 찍었습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사람들은 당연히 뭔 소리를 하는 거냐는 눈빛을 보냅니다.) 






학생 영화 만들며 이러고, 독립 영화 만들면서 자꾸 이럽니다.


매번 "신기한 거 찍으려고 열심히 개고생한 건 알겠는데 뭘 말하고 싶은지 이해가 안 간다"라는 비판을 받고,


맨날 듣는 칭찬은 "상상력이 엉뚱하고 이미지가 특이하며 4차원적이다, 근데 이해가 안된다..." 입니다.


물론 상황이나 대사를 기가 막히게 만들면 장땡인 부분인데


어릴 때부터 미국 공포 영화나 히어로물같은 장르물만 봐서 그런지 몰라도 대사부터 자연스럽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듣네요


이 일이 혼자 일하는 거면 상관 없는데 항상 팀 단위로 일해야 하고,


팀원들도 사람이다보니 이런 내용을 별로 내키지 않아하는 게 보이고, 그렇게되면 저도 어쩔 수 없이 촬영 내내 눈치를 보게 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만들기를 좋아해서 그림 그리고, 글 쓰고, 동영상 찍고, 종이로 게임 만들고 이런 게 삶의 낙이었는데


29살 먹고 아 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재능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고 다른 길 걸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입니다






계속 이 일을 하는 게 맞는 걸까요


아니면 좀 더 적성에 맞는 다른 할 일이 있을까요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강태양
1
-2
2022.04.25 18:00
특별한 의미를 꼭 두어야하나요 영상미가 더 중요할수도 있고 뭐든 하면서 변경 혹은 변화 되는거 같습니다 그리고 하얀 눈 밭에 빨간장미 이걸 상상하는거 조차 새롭습니다 누가 이런 상상할까요? 주변에서 부정적인 생각과 의미 개의치마시고 추구하시는걸 계속하시다 보면 좋은일이 생길겁니다 기운내시길 바랍니다^^
피지오겔라비아
글쓴이
2022.04.26 12:27
강태양
감사합니다 응원이 많이 됩니다
유한이
1
2022.04.25 18:16
영화는 '이야기'로 모든 관통선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이 모든 영감의 출발점이라면 촬영감독이나 비디오 아티스트쪽이 어떠실까요
피지오겔라비아
글쓴이
2022.04.26 12:47
유한이
감사합니다 일단 혼자서 팀없이 만들고 싶은걸 자유롭게 만들어보고 한번 주변사람들에게 이게 어떤 재능의 영역인지 상의를 해볼까 합니다
Entice
1
2022.04.25 21:16
피지오겔라비아
글쓴이
2022.04.26 12:38
Entice
2022.04.28 01:05
steadyhands
1
2022.04.25 23:03
피지오겔라비아
글쓴이
2022.04.26 12:35
싱거운 지구
2
2022.04.26 08:49
재능은 본인이 판단하는 게 아니에요. 본인의 능력을 더 알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는건 어떨까요..그냥 주제넘는 참견이지만~ 상업적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울지언정 본인이 스스로를 재능없다고 생각하면 거기서 끝이에요.
피지오겔라비아
글쓴이
-1
2022.04.26 12:40
싱거운 지구
다른 댓글들도 마음맞는 사람하고 하는 개인적인 영화를 시도해보라 하시더군요. 생각해보면 저 혼자 찍었던 것들은 결과가 좋았던 적이 많아서 그쪽으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우맛
2022.04.26 15:06
그래도 사람마다 본인의 색깔, 개성이 있는 법입니다. 데이빗 린치 같은 감독도 추상적인 작품으로 컬트적 인기를 끈 거장이죠. 작품이 궁금한데 혹시 볼 수 있는 곳 없나요?
Profile
heretofilm
2022.04.27 01:50
Profile
최철곤
2022.05.05 17:41
영상은 재미나 감동 혹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매개체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사실 영상 작업에서 하얀 눈 밭에 빨간 꽃을 표현하는 것 자체는 중요한 것이 아니란 말이에요. 영상을 통해 왜 하얀 눈 밭에 빨간 꽃을 노출시켰는지 그게 영상 플로우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됐는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종종 무엇이 무엇을 암시한다 라고 말하자나요. a와 b와 c와 d의 씬이 연결이 되는 상황에서 a에 등장한 붉은 꽃 한 송이가 d에서 죽게 되는 빨간머리 여주인공을 상징한다던가 이런식이죠.
님이 고민하고 있는 적성과 진로의 관점에서 말씀을 더 드려보자면요. 우선 님이 예쁜 옷을 디자인 했다고 가정해볼게요. 그건 그냥 일단 예쁜 옷이면 끝나요. 그 옷이 어떤 재미나 감동 혹은 메시지를 부여하는 매개체가 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영화 같은 영상물은 달라요. 결국 영상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메세지에 주력하지 못하시겠다면 그냥 산업디자인 방향으로 가시는 게 낫겠죠. 제품 디자인이나 패션 디자인 등등
Profile
최철곤
2022.05.05 17:45
만약 영화 등의 영상물에서 본인을 업그레이드 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미션을 하나 추천해볼게요. 주제를 정해서 영상을 만들되 연기자가 있더라도 대사와 자막 등을 전혀 넣지 말고 영상을 완성해보세요. 영상 그 자체로 어떤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본인의 능력을 검증해보세요. 아마도 그걸로 자기 능력을 알 수 있게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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