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상의 완성은 리뷰를 적으면서 끝납니다 :)
꼭 영화가 아니어도 되고 책이나 공연 리뷰도 좋겠습니다.
쓰는 분이나 읽는 분이나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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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수 1726 추천 수 0 | 2009.06.27 22:43:14 *.222.72.80 http://filmmakers.co.kr/16159 |

예전에 어느 사진 작가 형이 나와 하루키에 대해 얘길 하다
하루키의 <댄스 댄스 댄스>를 두고 한 말이 생각난다.
"내가 썼어야 되는 소설인데," 가 그 말인데,
사실 하루키의 소설보다 그가 한 말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만큼 부러웠다는 뜻을 돌려서 말한 것이겠지만.
살짝은 비웃으면서도, 왠지 그의 호기가 쿨하게 들렸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고, 난 그 사진가 형이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히 기억하질 못하지만, <지구로부터 온 사나이>를 보았을 때,
그 형이 내게 했던 말을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 영활 내가 만들었어야 하는데."
사실 그렇다. 이 필커스에 오는 많은 사람들이 꿈과 좌절이 오락가락
하면서 이 싸이트에 들어오지 않을까. 멋진 영화를 보면, 나도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지만 막상 척박한 현실과 비우호적인
사회적인 잣대를 생각하면, 비교적 가슴 아프다는 점.
이 영화, 그런 당신이 보면 희망을 붓돋아줄, 그런 영화다.
참고로, 나는 이 영화를 <지구가 멈춘 날>(The Day Earth Stood Still)과 헷갈렸다.
할리우드의 엄청난 자본력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빈약한 스토리텔링을 비웃어주기 위해
다운로드를 받았지만 - 왠걸, HD로 찍은 듯한 거친 화면에 그다지 큰 욕심을
부리지 않은 시작에 나는 잘못 다운로드를 받았다는 걸 알았고, 새로운 영화에
적어도 15분 정도의 기회는 준다는 의미에서 틀어놓았지만, 근래에 본 정말 훌륭한
영화다.
컨셉은 간단하다. 지구 태초부터 죽지 않고 살아온 인간이 있다면 - 그 인간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어떤 경험을 했을까? 이걸 영화적으로, 아주 스마트하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아이디어적인 촉수가 뛰어난 영화학도가 만들었을 법한 이 영화는 - 감상을 하면서
느낀 건데 - 굉장히 진중하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풀어내는 묵직함에는 필히 작가의
공력이 컸을 법하다.
거기다 왠만큼 영화를 본 사람들이면, 이 영화에 조연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한국으로
치면 류해진, 오광록과 같이 나름 친숙하면서도 뛰어난 배우들이 맡았음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나를 유혹한 것에는, 만약 태초에 인간이 지금까지 살아왔다 -
그렇다면 그가 경험한 것들은 어떤 것들이냐고 묻는 조연들의 질문에 대한 주인공의 답변이다.
흔히 보아온 - 멋진 한 마디 식의 답변이 아닌, 대화 자체마저 스토리텔링이 되어버리는 걸 보면서,
스토리텔링의 근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의 말에는 어느 정도 진실성마저 느껴지고, 우리가 혼자서 생각했을 법한
이해할 수 없는 인류의 행태에 대한 그의 지혜가 상당히 설득적으로 들려온다. 직립 보행을
시작한 영장류 때부터 해온 인류이기에 - 그는 나름 모든 걸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영화학도라 해도, 이 정도 수준의 영화를 만들어내긴 어려울 것이다 - 라는
것이 나의 감상평이다. 거의 한 공간에서 모든 이야길 진행해버리는 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
나 역시 도대체 어떤 사람이 쓴 것일까 - 하는 궁금증을 지울 수 없었다.
이름은 제롬 빅스비. 폴 슈레이더, 또는 스티븐 질란과 같이 A급 시나리오 작가는 아니지만,
그 나름대로 선전을 해온, 베테랑 중의 베테랑과 같은 작가셨고, 10여년 전 작고 하셨다.
(1923년생이다, 참고로) 60년, 70년 대에 스타트렉 TV시리즈 각본가로 이름을 날렸고, 그 후에는
뛰엄뛰엄 할리우드에서 각본가로 활동한 경력은 정말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대다수의 할리우드
작가가 한 편의 히트 후에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이 분은 작고 하신 후에도 작품이 만들어졌고, 작고 전, 거의 70세에 가까운 나이에 트왈라잇 존의
영화 각본을 쓴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짐작컨데, <지구로 부터 온 사나이>가 쓰여지고, 그걸 파는데까진 문제가 없었지만 실제로 영화로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어느 정도 묻혀져 있지 않았을까? 1998년에 작고를 하셨고, 이 영화가 개봉한
것은 2007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10년 사이에, 어느 밝은 눈을 가진 프로듀서에 의해서, 아주
저예산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그렇게 오래 사신 분인 것을 알고 나면서 - 이 영화의 묵직한 힘이 단순히 잘 쓰여진 시나리오보다,
정말 오랜 세월의 경험한 훌륭한 작가분이 쓰여진 것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이 영화가
개봉한 후, 제롬 빅스비 작가의 손주가 IMDB에 쓴 글 - 꽤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내용인즉, 너무 훌륭하게 잘 만들어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더불어, 무덤에 계신 할아버지가 이 영화를
봤으면 기뻐했을 거라고.
이 영화를 본 나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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