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회고록 1탄-세트장 이야기.

doggiebing
2003년 01월 05일 02시 32분 18초 3665 2 1
사랑팀이라면 세트장이야기가 제일 처음으로 나온것에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대부분 첫글자만 꺼내도 이마에 두줄을 긋고야 마는 무시무시한 곳이었거덩요..
이 무서운 장소는 대전시 둔산지구에 위치한 엑스포공원. 그 안에서도 외곽의 페루관이라 불리는 곳이랍니다.
원래는 각종 전시를 위한 시설로 이용됐었다 하는 보기에도 썰렁한 그곳이 저희의 악명높은 세트장이었습니다.
자.. 이제 슬슬 그 악명의 유래에 대해 풀어볼까여..?

1. 동시녹음의 악몽. 페루관.
첫째.. 비가 옵니다. 저희는 촬영을 중단합니다. 아니 세트장에서 비온다구 촬영을 못하나요..? 저희는 그랬습니다.
천장이 허연 천으로 뒤덮인 관계로 그 투닥거리는 소리땜에 촬영을 할수가 없습니다. 허허.. 참..
둘째.. 까치소리가 들립니다. 웬 까치소리..? 무전기에 제작부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저 까치 잡으려면 산으로 가야합니다.." 이런.. 미운놈에 까치 띠끼들..
셋째.. 위잉.. 톡톡톡톡.. 티딕.. 틱틱틱틱.. 꺄아악..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이것은 롤러코스터의 소리입니다.
세트장 근처에 위치한 꿈돌이동산으로 저희 제작부가 한손엔 무전기를 들고 뛰어갑니다.
저는 세트장 안에서 그 롤러의 소리가 그렇게 자세히 들릴줄은 꿈에도 생각못했습니다. 그 참담한 심정이란..
넷째.. 어느날은 웅웅대며 주변이 울려댑니다. 하.. 또다시 무전기에서 사고보고가 들어옵니다.
옆 동네에 윤도현밴드가 공연을 왔답니다. 강산에도 같이요..
작품하면서 주름살만 늘은 울 동시 이상준 기사님이 말씀하십니다. "하고많은 넘들중에 왜 고래고래 질러대는 넘들이 왔는지..떱.."
다섯째.. 갑자기 어디선가 난데없이 사이렌소리가 들립니다. 그런데 이 사이렌 소리가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원인을 알고보니 어느 방송국에서 시트콤 촬영을 왔답니다. 헛참.. 그쪽이나 이쪽이나 막나가기는 마친가지인것을.. 같이 먹고 살아야지..
여섯째.. 자동차 엔진소리가 너무 크게 들립니다. 그런데 한참 들리네요.. 제작부의 사고파악을 들으니..
세트장 주변을 덤프트럭 수백대가 에워쌓답니다. 엑스포 공원의 무슨 대공사가 있다나요..?
그쪽 넘들도 5분대기라 시동을 끌수가 없답니다. 하.. 괴롭습니다.
일곱째.. 모든게 조용해진 새벽2시.. 또다시 웅웅 소리가 들려옵니다. 애꿎은 발전차 탓만 했습니다.
알고보니.. 세트장 저 멀리.. 멀리멀리.. 강건너에 있는 공단에서 폐수를 방출하는 시간이랍니다.
저희는 순진한 마음에 밤에는 조용할줄 알았더랬습니다.

저희 사랑팀의 제작부는 세트장 들어와서 로케보다도 더 빡쎈 통제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정말 너무했습니다.

2. 추위와의 전쟁.. 페루관..
일단 숙소에서 차를 타고 출발해 세트장에 도착합니다. 졸린눈을 비비며 내려 세트장 문지방을 넘습니다.
알수없는 냉기에 잠이 화악 깹니다. 차라리 밖에 서있고 싶은 심정이 드는 순간입니다. 정말 세트장에 들어가는 것이 악몽이었습니다.
페루관 내 사랑팀의 복장 샘플-솜바지.오리털파카(물론 안에도 든든히 입은 후에).장갑(손시렵거든여).마스크(공기가 좀..).
종종 목도리까징..
페루관 내 난방시설-세트 바닥의 전기장판. 세트 침대의 전기장판. 무식하게 큰 대형 온풍기 2대. 석유난로.
각종 미니난로 다수. 핫팩. 쑥찜팩 다수..

3. 천식을 만드는 공장.. 페루관..
세트장에는 동기의 집으로 불리는 방이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을 에워싼 높디높은 벽이 사방으로 세워져 있구여..
그 벽의 마감재는 형형색색의 두꺼운 천입니다.
그 천에 대해 설명하자면.. 왜 공사장에 보면 바닥에 깔거나 둘둘말아 옆에 쳐박아 놓거나 하는 통일된 색으로 보면 짙은 자주색의 천이 있지여.. 남은 폐섬유를 꾹꾹 눌러 다시 천쪼가리로 변신했다는..
그 천에서 나오는 먼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조명아래서 보면 공중으로 노닐고 있는 그 부유물이 보기에도 부담스러울만큼 많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추위에 못견딘 나머지 그 벽위로 지붕까지 만들었습니다. 세트를 덮는 지붕.. 들어보셨습니까..?
결과는.. 추위는 쪼끔 막았지만.. 부유물이 빠져나갈 곳은 없어져버리고야 말았습니다.. 켁켁..
그래서 저희 사랑팀의 필수 준비물은 허연 마스크였습니다. 오죽했으면 마스크에 그림그리기가 유행했을까여..

4. 스케줄 꼬이기 시작한 지점.. 페루관..
한때는 저희 사랑의 자랑꺼리가 있었습니다. 단 하나도 다음날로 넘기는 스케줄 없이 착착 진행되어온 새끼줄..
그 새끼줄이 세트장으로 들어와 크고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아.. 힘이 빠졌더랬습니다.

세트장의 모든 일정이 끝난날.. 저희는 마치.. 촬영 쫑이라도 한것마냥.. 수고하셨습니다를 고래고래 외치며.. 좋아했더랬습니다.
단체사진도 찍고.. 팀끼리 개인별로 사진을 찍어대며 자축했지여.. 오죽 좋았으면.. 오죽 기뻤으면..

이 무시무시한 세트장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아직 바라시를 받지 못한채 홀로 엑스포공원에 남아있지여..
한 똘마니.. 기도합니다.. 제발.. 그곳에 다시 들어가는 일은 없었으면.. 일어나지 말았으면.. 합니다.. 라고..

지루하게시리.. 글이 길어졌네요.. 읽어주신 분덜.. 고맙습니다. 담부터는 쫌 쭐여볼께여..^^
기도마친 똘마니.. 회고록 2탄 준비하러 물러갑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xeva
2003.01.05 12:28
재미있네요^^* 생생한 현장기록...잘 봤습니다.
doggiebing
글쓴이
2003.01.05 20: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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