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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nder ring>으로 보는 stan brakhage의 서사 미학

김은호
2016년 08월 15일 21시 57분 23초 299 1

내러티브는 영화에서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어떠한 영화도 내러티브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근대 이후 아방가르드 운동에서 루이스 부뉴엘 감독과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합작한 <안달루시안의 개> 또한 당시 모든 서사 영화의 흐름을 뒤엎은 급진적인 작품이었으나 내러티브 구조에 약간의 변형만 가했을 뿐 내러티브의 커다란 구조로부터 완전히 탈피하지는 못했다.

브래키지가 실험 영화계의 대부로 불리게 된 이유가 그가 연출한 영화들이 거의 완전한 시각 매체로서의 예술에 초점을 맞추어 영화들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즉 배우의 연기와 사건으로서 스토리를 풀어내는 것이 아닌 완전한 이미지들로서 영화의 프레임을 채워 넣었기 때문이다. 우선 네이버 영화의 주요 정보를 살펴보자.

 

<검정에 대한 단상>을 만들기 직전에 브래키지는 뉴욕으로 이사왔다. 같은 해에 그는 영화평론가 파커 타일러를 통해 조셉 코넬을 만나게 되는데, 코넬은 브래키지에게 곧 철거될 3번가의 고가철도를 촬영해달라고 의뢰하였다. 배우나 줄거리 없이 처음 작업을 한 브래키지는 매체 자체의 표현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원더 링>이다. 이 작품에서 브래키지는 영화를 재개념화하는 첫 번째 단계로 들어섰다. 이야기도 주인공도 선형적인 서사도 없이 기차만이 영원히 철로를 따라서 여행한다. 이 작품은 기차에 의해 정의된 세계를 완벽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서사 자체의 순수한 논리에 관한 매우 기묘하고도 적절한 은유가 된다. (브라이언 프라이)

- 출저 <네이버 영화> -

 

한 가지 의문인 점이 <검정에 대한 단상>은 1955년이고 <the wonder ring>이 1959년도 작품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뭐 순서가 중요한 것은 아니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위 글의 핵심인 부분은 브래키지가 영화를 재개념화 하였다는 점과 기차를 통해 펼쳐지는 이미지들이 서사를은유화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서사란 무엇인가? 브래키지가 열차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서사란 과연 무엇인가? 주로 서사적 구조가 확실한 영화들로는 극영화, 특히 극장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상업 영화들이다. 그러한 영화들에서 서사는 인물과 사건과 배경이 조화를 이루며 사건을 전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전개가 시간 순으로 전개되느냐를 선형적 서사, 시간과 상관없이 사건의 단상들이 무작위로 배열되어 있는 것이 비선형적 서사라 흔히 정의되어 있다. 한국의 비선형 서사를 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감독의 예로는 홍상수 감독이 있다. 그의 영화에서는 단순히 시간의 역순이 아닌 <옥희의 영화>에서와 같이 영화 속의 영화와 같은 아주 독특한 서사 전개의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결국 비선형 서사이든 선형적 서사이든 간에 모든 서사 에서는 인물과 사건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불변적 개념을 브래키지가 깨트린다. 기차라는 정해진 선로를 따라 움직이는 점을 이용해 서사가 가지는 일률적인 움직임을 표현함과 동시에 인물과 사건이 존재하지 않고 오직 역동적인 이미지들만 존재한다. 그리고 서사가 가지는 기본적인 통념을 파괴시키는 동시에 이 영화에서는 선형적, 비선형적 서사가 모두 등장한다. 흐름에 따라 변화 없이 자연스레 움직이는 열차는 언뜻 보면 선형적인 움직임에 순종하는 서사 구조를 보이는 듯 하지만 영화의 중간 중간에 역재생되는 열차와 행인들의 움직임이 등장한다. 이 역재생을 눈치 챈 우리는 이후에 열차가 움직이는 것이 역재생인 것인지 순재생인 것인지 혼동된다. 이 점을 유추해 볼 때 우리는 선형적 서사와 비선형 서사를 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이 무의미한 것임을 자각한다. 비선형 서사가 주를 이루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도 우리는 결국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고 아방가르드 영화의 대표 격인 <안달루시아의 개>에서도 결국 우리는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다. 즉 브래키지는 역재생과 순재생의 혼합을 통해 시간을 기준으로 선형과 비선형 서사를 구분 짓는 것이 결국 무의미한 것이며 모든 서사는 결국 하나이고 또 열차를 통해 단순히 전개되는 이미지들 또한 결국 어떤 흐름에 의해 정의 된 하나의 거대한 서사라는 점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는 결국 이미지에 의해 구축된 이야기이다. 그리고 가장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기차의 움직임을 서사의 원동력으로 삼아 이 기차에 의해 정의된 이미지들의 나열이 이 영화의 서사를 이끌고 있다. 이전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거의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심지어 실험 영화에서도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브래키지는 영화의 서사를 시나리오라는 하나의 텍스트에 의해서 규정지어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을 것이다. 즉 영화란, 텍스트가 주가 아니라 이미지가 주를 이룬다고 생각했고 브래키지의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이미지가 주인이다. 심지어 브래키지는 완벽한 영상은 사운드가 없어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해 사운드 또한 몇몇 영화를 제외하고는 거의 쓰지 않았다. 결국 브래키지의 서사 미학이란 이미지이다. 역동적인 이미지들도 서사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정의한 브래키지의 서사 미학은 이후의 실험 영화들의 시각적 심미성의 자유를 주었고 더 이상 텍스트에 의해 고립된 서사 구조에서 탈피 해 이미지들의 자유를 주었다. 파블로 피카소가 회화에 있어 형태에 해방을 주었다면 브래키지는 영화에 있어 서사 구조에 해방을 준 영화 예술가인 것이다.

 

-김은호-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융융`
2016.08.29 19:38
항상 글 잘읽고 있습니다. 혹시 블로그는 안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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